여러분이 제일 먼저 듣고 싶은 취미 이야기를 골라 주세요! 2023.02.04 - 첫 번째 편지
🌷세상에 나쁜 취미는 없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자기소개를 할 때 본인의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나요? 저는 아무래도 “취미 수집가”라는 키워드로 소개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도 그럴게, 어렸을 때부터 취미가 참 많았거든요. 게다가 대학교 전공도 처음엔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취직하게 된 계기도 취미였습니다. 취미는 저에게 있어 꽤 중요한 역할을 해줬어요. 꿈과 목표를 갖게 해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해줬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심심한 시간을 줄여주었다는 겁니다. 그까짓거 잠깐 심심한 게 뭐가 문제냐고요? 아뇨, 저에게 따분함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실존적 고통과 같습니다. 그게 저의 고유한 성격 때문이든, ADHD 때문이든간에, 지루한 건 참..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저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에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진단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죠. 약 처방으로 일상 생활이 개선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여러가지 취미 생활을 가지게 된 것도 일종의 생존 방식이었어요. 아무리 집중하고 몰입하게 되는 일이 있어도 한 번 싫증이 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영 그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닌 게 참 다행이에요. 만약 그랬다면, 저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조난자처럼 늘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을 찾아 허덕였겠죠. 하는 일마다 프로가 되지 못하고 아마추어인 채로요. 하지만 그것도 썩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여전히 여러가지 우물을 돌아가면서 파고 있거든요. 언젠가는 뭐라도 되지 않을까요?
여기서 취미의 개념에 관해서 조금 말해볼까 합니다. 나름 취미 생활을 다루는 메일링 서비스의 첫 발행이니까요. 일단 취미라는 단어는 미적 판단(Taste)과 같은 미학적 의미와 취미 생활(Hobby) 이라는 일상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주로 말하는 취미는 당연히 후자겠지만, 둘이 그렇게 먼 관계는 아니니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취미 개념은 근대부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아는 척 좀 해보려고 논문을 하나 읽었는데 (이현진, 「근대 초 ‘취미’의 형성과 의미 분화」, 2006) 잘 모르겠네요. 그때도 교양을 쌓기 위한 고상한 취미가 따로 있었다던데 말이에요.
누구나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세상에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있긴 하겠죠.)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TV시청이나 핸드폰 리듬 게임보다는 독서나 악기 연주 같은 취미를 동경한다고 느낍니다. 막상 콘텐츠를 소비한다거나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비슷한데 말예요. 그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 생각엔 그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동경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유를 갖고 교양을 쌓는다고 보는 거죠. 요즘 새롭게 다가온 일이 있었는데, 퇴근 후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하염없이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저녁 시간이 사라지더라고요? 아무래도 손가락 까딱할 힘밖에 없다면 당연히 그것만 쳐다보게 됩니다. 제가 게을러서라기보단, 충분한 여유가 없어서 인스턴트로 시간을 때우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여유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비슷한 취미를 즐기게 될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같은 시간, 같은 금액이 주어져도 모두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겠죠. 그리고 세상에 딱히 좋은 취미, 나쁜 취미란 없습니다. 심각한 범법 행위를 저지르거나, 남을 괴롭히는 일이 아니라면요. 뭐든지 후회없이 잘 즐기면 장땡인 겁니다. 저는 제가 삶을 즐기는 방식을 공유하고 싶어서 메일링 서비스를 기획했어요. 잘 되면 좋고, 중간에 때려쳐도 그만입니다. 웬만하면 꾸준히 잘 해보기를 바라지만요.
앞으로의 편지는, 제가 소개하는 취미 하나 당 3~4편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제가 다음 편지에서 소개할 취미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혹시 제일 먼저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편지에서 다룰 첫 번째 취미를 정하는 투표 폼으로 이동합니다. 그 다음은 제 마음이에요. 그럼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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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취미 일지 📖
지난 2주간 즐겼던 일들을 살짝 공유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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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프린터로 다이어리 꾸미기 📸
계기는 연휴날 동생과 찍은 스티커 사진! 다이어리 한켠에 붙여 놓으니 마음에 쏙 들어서, 잊고 지냈던 위시리스트 중 하나를 상기해버렸습니다. 바로 포토프린터라는 제품인데요. 충동 구매도 잦고 쉽게 싫증이 나는 성격을 스스로도 잘 알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다 잊혀진 품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SNS에서 만난 지인 분이 고뇌하는 저를 보고 흔쾌히 포토프린터를 빌려주시겠다는 게 아니겠어요? 이때다 싶어 인화지를 주문하고, 퇴근 후에 그 지인 분을 만나 저녁을 샀습니다. (합정에 있는 "독타운 피자"라는 집이었는데 꽤 맛있더라고요.) 마침 프린터를 빌려온 날과 인화지가 집으로 배송 온 날이 같아서, 신나게 다이어리를 꾸몄답니다. |
연휴에 즐기는 오붓한 티타임 🍵
이상하게도 저는 차를 좋아하는 것 치고는 자주 마시지 않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것 치고는 매일같이 밖에 나갑니다. 그래서 늘 쉼이 부족하고, 피곤한 상태죠. 그런 저에게 이번 설 연휴는 아주 달콤한 시간이었습니다. 혼자 방에 있을 시간이 많았거든요. 이날의 티타임은 홍차를 마시기엔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예전에 선물 받았던 포트넘 앤 메이슨의 루이보스 티백을 꺼냈습니다. 항상 책상에 놓여있는, 아끼는 찻잔인 파이어킹 제디트 밀크글라스도 깨끗하게 씻어왔고요. 화양연화에 나오는 찻잔이라 큰맘먹고 당근에서 샀던 찻잔입니다. 차를 마시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았어요! 다시 봐도 설레는 작품이었습니다. 흑흑 하울과 소피 너무 아름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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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 포켓볼 🎱
난생 처음으로 큐대를 잡은지 한 달 정도 됐을까요? 한동안 포켓볼, 포켓볼 하고 노래를 부를 정도로 꽂혔답니다. 동생까지 끌고가서 알려줄 정도로 (초짜가 초짜를 가르치는 모습이라니) 열정적으로 즐겼어요. 그리고는 일이 바빠져서 정신이 없었죠. 음, 당구나 포켓볼은 스포츠보다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몸을 쓰기는 하지만, 그게 몸을 쓴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느낌? 그렇기 때문에 유산소를 싫어하는 저에게 참 좋은 도파민 공장이었습니다. 공이 들어갈 때 느끼는 짜릿함! 좀 더 연습해서 잘하게 된다면, 얼떨결에 넣는 공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넣는 공으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겠죠? 조만간 친구를 꼬셔서 포켓볼 대대가 있는 당구장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친척들과 설맞이 보드게임 한 판 🎲
설을 맞아 외가 친척들이 모여앉은 자리에서 보드게임을 꺼내보았습니다. 바로 "딕싯"이라는 게임인데요.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파티를 했는데, 그날 동생이 재밌어했던 게임이라 최근에 구매했습니다. 마침 할인 행사를 하더라고요. 제가 주로 배워온 보드게임은 대부분 룰이 복잡하다고 느껴질 만한 마니악한 게임인데, 이 게임은 설명하기도 편해서 부담이 없었어요. 무려 7명이 모여서 게임을 하는데, 다들 재밌어하시는 눈치여서 뿌듯했답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도 그날 이 게임만 세 판을 하셨고요. 친구 분들과 카드놀이를 좀 하셨는지 카드 나눠주시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나름 용기내서 해낸 일이었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아요. 여러분도 가족 분들과 즐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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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해요! 이 작품 🎬
좋아하는 책, 혹은 영화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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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오 마사유키, 〈쉘 위 댄스?〉 (1996)
이미 많은 분들이 들어본 적 있는 영화겠죠? 그렇지만 취미에 관한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하며, 책이나 영화를 소개한다면 첫 번째로 적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작품입니다. 이유는 별 거 없어요. 취미로 사교 댄스를 시작한 주인공의 변화가 좋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삶에 애정을 갖게 되고, 생기가 돌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샐러리맨 주인공이 댄서 선생님과 서로 다른 상황에서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점이 인상깊었던 영화였습니다. 등장 인물들도 만화 캐릭터처럼 개성 있게 그려지고, 무엇보다 나쁜 사람 없이 전개되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특히 평화롭고 좋았어요.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설마 불륜이냐..?" 싶어서 좀 고깝게 봤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되고요.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에 다 있다고 하니깐 한 번쯤 심심할 때 틀어놓고 가볍게 즐겨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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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제가 첫 편지로 준비한 내용이었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특별히 매력적이거나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심심풀이로 읽어보기에 괜찮은 편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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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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